[그냥 한다]


별 뜻 없어 보이는 저 말이, 지금의 나에겐 가장 중요한 말이 되었다.


내가 [그냥 한다]는 것을 처음 들었던 것은 4~5년 전이다. 나의 친구의 지도교수님께서 친구에게 해주었던 말이라고 한다.


그 교수님은 40년 째 한 명에 대한 연구를 하고 계신 분이었다. 내가 알기로도 교수님이 전공하는 분야에서는 연구업적이 대단하다고 하신다.


그런 분인데도, 언제나 연구가 즐거워서 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친구는 그 당시에 놀랐다고 한다.


저렇게 오랜 기간동안 공부와 연구를 한다는 것은 분명 그 자체로 즐겁기 때문에 했을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교수님의 답변은 전혀 달랐다. 오히려 공부를 하면 할수록 괴롭고 힘든 순간이 훨씬 많았다고 하신다.


그래도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뭔가 대단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많은 생각과 고민 없이(할까 말까에 대한) 연구를 했기에


오늘까지 연구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셨다고 한다.


참 역설적이다. 위인전에 보는 이야기와는 사뭇 다르니 말이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나는 저 말이 참 와닿았다. 


내가 어떤 일을 할 때도, 뭔가 거창한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려고 하면


 그 사명감 자체가 부담으로 느껴져 오히려 시작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생각났다. 


그냥 대단한 목적이 없었더라도, '왠지 하고 싶어' , '일단 해보지 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으면, 큰 부담 없이 오랫동한 할 수 있었을까.


그럴 것 같다. 특히 나처럼 하기도 전부터 고민과 걱정을 한아름씩 마음에 두는 사람에게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여러가지 생각이 들지만,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잊어버리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냥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을


스스로가 만족하는 날이 오거나, 정해둔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는 계속해서 하려고 한다. [그냥 하는] 것이다.


[그냥 하자].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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