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얼굴에 큰 점이 있었다. 아래는 점의 사진이다.

이 점은 어릴 때부터 있었는데, 성장하면서 점점 커지다가 나중에는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더 크게 자랐다. (사진이 실제로 보는 것에 비해 작게 나왔다.)
나는 이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살면서 15년이 넘는 기간동안 이 점을 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이 점을 빼는 것이 어려웠다.
[첫 번째 장애물] : 다른 사람들의 만류 (5~10년 낭비)
내가 이 점을 빼고 싶다고 이야기를 꺼내면 부모님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1) 굳이 빼야 겠니? 귀 옆이라서 머리카락 자라면 잘 안보일꺼 같은데
(2) 저거 복점이야. 안 빼는게 좋아
(3) 점은 다 자라고 나서 빼는 거야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은 내가 점을 빼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에 가깝다. 그리고 위의 (1)~(3)의 이야기는 내가 점을 빼겠다는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반복된다. 이런 이야기를 어릴 때부터 듣다보면, 나 자신도 [안 빼는 게 맞는건가?]와 같이 어설픈 합리화를 하게 된다. 물론 효과는 그리 길지 않다.
[두 번째 장애물] : 용기를 내서 병원에 방문, 그러나 의사의 거절 (2~3년 낭비)
그래도 나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설득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을 끊임없이 검색하고, 정보를 모아서, 일단은 병원에 가게 된다.
이 때 내가 방문한 첫 번째 병원은 동네에 있는 피부과 병원이었다. (1차 방문→실패)
방문 결과, 바로 거절 당했다. 점이 크고 위치가 좋지 않아서 빼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성형외과를 가보라고 한다.
나는 이 말을 듣고, 괜히 점을 빼려다가 일이 커지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고질적인 불안과 걱정 심리 발동)
그리고 [그래도 병원 한 번 가서 진단을 받았으니 된거 아니야?] 라는 자기합리화를 시작한다. 그래서 다시 1년이 흐른다.
하지만 이런 자기합리화는 유효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나는 결국 다시 병원에 방문할 마음을 먹는다.
이번에도 피부과인데, 특별히 점을 잘 뺀다는 곳을 찾아서 갔다. (2차 방문→실패)
이번의 선생님은 상당히 꼼꼼하게 봐 주셨는데, 그래도 자기는 할 수 없다고 하셨다. 점이 너무 깊다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이 점은 성형외과나 대학병원에 가야만 한다고 하였다. 다시 실패한다.
지난 번 1차 시도와 다른 점은, 이번에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바로 동네 근처의 점 빼주는 성형외과를 찾아갔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시간을 빼서, 그리고 용기를 내서 병원을 방문한 것인데, 이렇게 또 거절만 당하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그렇게 성형외과를 갔다. 결과는? 또 다시 거절당한다. (3차 방문→실패)
2차 방문 당시 피부과 선생님의 의견대로, 이 점은 레이저가 아닌 외과적인 수술을 통해서만 점을 뺄 수가 있어서 대학병원을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낙심한다. 그래서 병원을 나왔고 또 다시 시간은 1년이 흐른다.
[세 번째 장애물] : 대학병원을 간다는 것 자체의 두려움 (1년 낭비)
이쯤하면 충분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나는 대학병원에 간다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
일단 병원을 간다는 것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대학 병원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비용이 너무 많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가기가 싫어졌던 것이다.
그 때부터 나는 또 다시 속으로 저울질을 시작한다.
<나의 고민>
그냥 점 안빼고 살아도 크게 문제 없지 않나? 돈도 안들고 vs 하지만 안 빼면 앞으로도 계속 생각이 날 텐데..
이 고민에 다시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낭비한다.
하지만 이 당시에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돈 문제'가 마음에서 비중이 작아졌던 것이 나에게 의욕을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결국 대학병원에 가서 점을 검진받기로 마음을 먹게 된다. (이 때까지가 약 16년이 걸린 셈이다)
문제는 이 때 다시 성형외과를 가지 않고 피부과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결국 외과적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휴가를 내고 근처의 대학병원 피부과에 예약을 하고 초진을 보았다. (4차 방문)
병원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친절했고, 먼저 점의 일부를 떼어 내서 조직검사를 하자는 제의를 하였다.
그래서 깊이나, 제거 방법을 알아봐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알겠다고 했다. 여기서 약 1주일이 소요된다.
그리고 결론은, 아래와 같았다.
[조직 검사 결과 종양은 아니고(사실 알고 싶은 정보는 아니었다), 이 점은 성형외과에서 제거해야 한다.] (4차 방문→실패)
아...... 진짜 이 정도까지 하고도 점을 뺄 수가 없다니...별의 별 생각이 다 들기 시작한다.
의사는 같은 병원의 성형외과와 협진을 잡아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외과 수술에 두려움이 있어서 거절했다.
그리고 다시 6개월의 시간이 흐른다. (6개월 낭비)
[네 번째 장애물] : 시간이 없어 (6개월 낭비)
이 때부터는 그냥 일을 한다는 핑계로 병원에 가지 않는다. 어찌되었던 수술을 하려면 휴가를 내야 하는데, 그러기 싫다는 핑계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 점만은 빼야한다]는 생각에 결국은 연 초.(나 같은 사람은 연초의 다짐 같은 것을 많이 한다)의 다짐을 통해 점을 빼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 떄부터의 내용은 간략하게 정리를 하였다.
(1) 먼저 동네 성형외과에 가서 대학병원 검진 추전서를 받았다.
→ 이 떄도 사실, 이 병원에서 점을 빼주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렇게 본다면 5차 방문 →실패)
(2) 그리고 예약해둔 대학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는다.
→ 이 때 들은 충격적인 이야기. [ 이 점, 1시간이면 수술 끝나구요, 바로 퇴원하시면 됩니다.] 이 떄의 허탈함이란...
(3) 약 1주일 뒤, 수술날에 맞춰 휴가를 내고, 수술을 받는다. (솔직히 수술도 아닌 '시술'에 더 가까웠다)

이 사진은 수술을 하고 나서 테이프로 수술자국을 막은 것이다. 수술 직후 바로 찍었던 기억이 난다.
(4) 이 떄부터가 좀 괴로웠는데, 약 3일 정도를 매일 방문해서 수술 경과를 보자고 하였다. (10분 보는데 겨우..기다리는 건 1시간이 넘었다)
(5) 그리고 약 1주 뒤, 테이프를 제거하고 실밥을 풀면서 수술이 완료되었다.
결국 나는 이렇게 16년에 걸친 고민 끝에 점을 제거할 수 있었다.

지금의 사진인데, 점이 있었던 자리에는 수술 자국이 남아 있다. 이제 약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흉터가 남아있다.
그래도 실제로 보면 잘 보이지는 않는다.
내가 이 점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쓰는 이유는 바로 이 점 빼기가 '생각날 때 바로 하자'는 나의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정리해보자.
[점을 빼기 전 내가 머릿속으로만 고민했던 것/ 그리고 실제 해보고 나서 느낀 점]
(1) 점을 뺴는 것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안 빼도 되지 않나 → 나는 점을 빼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이 점 떄문에 고민했을 것이다.
(2) 점을 빼는 데 대학병원 같은 곳에 가면 엄청 비싸지 않나?
→ 아래는 실제로 내가 대학병원에서 지출한 내역이다.

내가 병원에서 지출한 모든 내역이다. 수술비+검진비로 이루어져 있다. (약 값은 제외되었는데, 약국에서 지출해서 그렇다)
하지만 약 값은 많이 들지 않았다.
사람에 따라서 33만원이라는 돈은 크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말로 돈 걱정 많이 하는 나의 관점에서도 저 돈은
내가 그동안 점 때문에 고민했던 것을 안해도 된다는 것 + 앞으로도 고민할 필요 없다는 것
이라는 점들이 주는 가치가 33만원보다는 훨씬 높았다.
그리고 33만원은 내가 걱정했던 비용(나는 암 것도 몰라서 대학병원은 100만원 쯤 나오는 줄 알았다)보다는 적었다.
(3) 외과 수술 이런거 너무 무섭다. → 부분 국소 마취로 진행되었고, 통증은 전혀 없다. 그리고 1시간도 안걸렸고, 그들은 친절했다.
결론 : 진작 할 걸, 괜히 망설였다.
정말 별 것도 아니었는데, 혼자서 고민하고 걱정하다보니 실제 현실과 완전 동떨어진 망상만 하였던 것이 후회되었다.
지금? 정말 행복하다. 점을 빼서 행복하다기 보다는, 점을 빼고 나서는 더 이상 [점을 뺄까 말까]에 대한 고민을 1도 하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행복하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점을 빼고 나서부터 뭔가 마음속에서 [할까 말까] 망설였던 것을 하는데 주저함이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렇게 산 지 약 6개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확실한 것은, 예전에 비해서는 훨씬 기분이 좋다는 것이다.
즐거운 일이 생기는 것도 기분이 좋아지지만, 걱정이 줄어드는 것도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다.
나는 뭔가 할 까 말까 망설임이 생길 때마다, 이 글을 읽어볼 생각이다. 그러면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