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중앙 정부 조직이나(주로 세종시나 광화문에 있는)
사무관, 서기관 혹은 그 이상의 직급에 있는 주요 공직자
그리고 대 국회 업무를 해보신 분들은 알 수 있을 텐데
그 분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대한민국의 문제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앞선 글에서 너무 공무원 조직을 비관적으로 적은 듯한데
정말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는 분들도 매우 많다.
그리고 그런 분들은 고위 공직자가 되는 경우가 많으며
국회의원들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
(국정감사 기간에 공무원을 해보면 정말 피가 마른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나도 기회가 있어서 이런 분들과 이야기를 해 볼수 있었다.
그 분들 역시 공무원 조직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었다.
당연한 것이, 그 분들이 데리고 있는 부하 직원들이 공무원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고위 공직자 분들의 공통점이라면
유능한 인재에 대한 욕구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 조직에는 일반 사기업에 비해서 유능한 인재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반대로, 유능한 인재를 끌어오고, 그러지 못한 직원을 내칠 수 있는 기회도 별로 없다.
즉, 좋던 싫던, 항상 불만족스러운 직원들을 데리고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들이 시간이 지나면 국장/차관/장관이 되어 나라의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가게 된다.
이런 관점을 전제로 해서, 내가 했던 예측이 있다.
"공무원의 철밥통이 어쩌면 깨질 수도 있겠구나"
이미 정책을 결정하는 지위에 있는 분들도, 현재 대한민국에서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공무원을 하고 싶어하는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안정적이고, 짤릴 위험없이, 그저 하루하루 출퇴근 시간만 지켜서 주어진 일만 처리하면
20년 30년 월급을 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공무원을 하고 싶어한다는 사실 말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텐데, 내가 너무 폄훼해서 글을 적는 것에 대해서는 미리 양해를 부탁드리겠다.
하지만 나는 이 것이 현실이라고 믿고 있다.
내 동기들이 그랬고, 내가 봐왔던 공무원 중에서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위 공직자 분들은 이런 현실을 매우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
좀 더 유능한 사람들이 대우받고
업무 처리가 미숙하거나,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사람들을 내치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공무원을 해고하기 쉽게 만드는 것"
공무원에게 있어 '철밥통'이라는 장점이 사라지게 되면 애초에 지원자의 성향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고위 공직자들은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사무관 분들은 워낙 능력이 좋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도 자신은 충분히 경쟁할 자신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결국, 이런 방향으로 정책이 흘러갈 경우, 타격을 입을 사람들은 정해져 있다.
나는 이 것이 충분히 현실화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국민들의 공무원을 바라보는 시각이 결코 곱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있었던 시간외 근무 수당 부정 수급 사건부터
자신은 사기업에서 엄청나게 고생하는데, 공무원들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호위호식한다는 국민들의 인식이
공무원의 철밥통을 깨는 정책이 현실화되는 데 디딤돌이 될 것이다.
국회의원들 역시 이런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지 못한 채 결국은 정책으로 입안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질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공무원이 많아지게 되면 세출예산이 증가하여 부담이 된다.
그리고 언제나 정부는 유능한 인재가 국가를 위해 일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청와대에는 '국가인재관리시스템'이 있다.
저 시스템에는 석/박사 학위, 각종 전문 자격증 소지자 등, 국가에서 인재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을 명단화하여
필요할 때 연락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어 둔다.
청와대나 주요 공직기관에서 사람을 그냥 대충 추천받아서 보직에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재들은 항상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거기에 몇 년전부터 5급 사무관 직책에 민간 경력자를 채용하는 제도가 마련되었고
이 제도는 점차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예전처럼 고시를 통해 사무관을 임용하는 일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게 나의 예측인 것이다.
결국, 앞으로는 공무원이 되더라도, 마냥 안정적으로 몇 십년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분들은 이런 생각도 미리 해볼 것을 권한다.
만약 이런 나의 가정이 현실이 된다면, 내 생각에 많은 공무원들은 현재 처럼 생활해서는
제2의 직업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어차피 공무원으로서 누릴 수 있었던 안정적인 환경도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라면
미리 나와서 실력을 쌓아가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